‘把’자문과 ‘주어+술어+빈어’ 형식의 문장을 우리말로 옮기면 두 문형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어에서 ‘把’자문은 ‘주어+술어+빈어’ 형식의 문장과 엄격하게 구분된다. 이제 어떠한 경우에 ‘把’자문이 사용되는가를 알아보기로 하자.
중국어에서 가장 강조되는 말은 문장의 맨 앞에 나오며, 두 번째 강조되는 말은 그 다음에 나온다. 다음을 보자.
- (1) 这本书我看完了。
이 책은 내가 다 읽었다. - (2) 我这本书看完了。
나는 이 책을 다 읽었다.
(1)에서 강조된 것은 ‘这本书’이다. 다시 말하면, ‘这本书’가 주제이다. 이 말은, 예를 들면 ‘이 책은 누가 다 읽었나요?’라는 말의 대답이 된다. (2)에서 강조된 것은 ‘我’이다. 다시 말하면 ‘我’가 주제이다. 이 말은, 예를 들면 ‘누가 이 책을 다 읽었나요?’에 대한 대답이 된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동작인 ‘看完’을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너는 이 책을 다 안 읽었지?’라는 물음에 대하여 ‘천만에요, 이미 다 읽었다고요’라고 대답한다면 이에서는 ‘看完’이라는 행위가 강조된다. 이와 같이 행위를 강조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把’자문으로 말해야 한다.
- (3) 我把这本书看完了。
나는 이 책을 다 읽었다.
다시 다음을 보자.
- (4) 那些书我整理得很好。
그 책은 내가 잘 정리했다. - (5) 我那些书整理得很好。
나는 그 책을 잘 정리했다.
위의 (4)에서 강조된 것은 ‘那些书’이며, (5)에서 강조된 것은 ‘我’이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처리 결과인 ‘整理得很好’를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너는 그 책을 아무렇게나 쌓아 두었겠지?’라는 물음에 대하여 ‘천만에요, 잘 정리해 놓았는데요’라고 대답한다면, 이 대답에서는 그 책을 처리한 결과가 강조된다. 이렇게 처리의 결과를 강조하고자 할 때는 다음과 같이 ‘把’자문으로 말해야 한다.
- (6) 我把那些书整理得很好。
나는 그 책을 잘 정리했다.
(3)에서 강조된 것은 ‘看完’이며, (6)에서 강조된 것은 ‘整理得很好’이다. ‘把’자문은 이와 같이 행위를 강조하거나 처리 결과를 강조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把’자문은 중국어에서 대단히 많이 사용되는 문형이지만 어느 경우에 이 문형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외국인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把’자문의 사용 환경이 아직 충분하게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把’자문이 사용되는 환경을 하나하나 살펴 가며 ‘把’자문을 사용하는 중국인의 의식에 접근해 가기로 하자. 먼저 다음의 우리말을 보자.
- (7) (닫혀 있는) 문을 좀 열어 주세요.
- (8) (못 들은 체하지 말고) 문을 좀 열어 주세요.
(7)은 문을 열어 달라는 단순한 요구이다. 그러나 (8)은 화자의 요구를 잘 들어주지 않는 청자에게 약간의 불만을 표시하며 문을 열어 달라는 행위를 강조하고 있다.
- (9) (어느 날인가) 그는 그녀에게 이 일을 말해 주었다.
- (10) (말해서는 안 되는데) 그는 그녀에게 이 일을 말해 주었다.
(9)는 말했다는 사실을 전달해 주는 단순한 문장이다. 그러나 (10)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하고 말았다는 행위가 강조되어 있다. 위의 (8)과 (10)을 중국어에서는 ‘把’자문으로 표현한다. 다음을 보자.
- (11) 请打开窓户!
창문 좀 열어 주세요! - (12) 请把窓户打开!
창문 좀 열어 주세요!
(11)은 창문을 열어 달라는 단순한 요구를 나타낸다. 그러나 (12)는 자꾸만 창문을 닫으려는 사람, 혹은 창문을 열어 달라고 이미 말했는데도 못 들었거나, 못 들은 척하는 사람 등에게 할 수 있는 말이다.
- (13) 他告诉了她这件事。
그는 그녀에게 이 일을 말해 주었다. - (14) 他把这件事告诉她了。
그가 그녀에게 이 일을 말해 주었다.
(13)은 ‘누가 그녀에게 이 일을 알려 주었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러나 (14)는 ‘그녀가 이 일을 알고 있다니 어떻게 된 거야?’라든가 ‘그녀가 어떻게 알고 있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러므로 (14)에서는 말해 주었다는 행위가 강조되어 있다.
- (15) 我喝了那瓶汽水。
내가 그 사이다를 마셨어. - (16) 我把那瓶汽水喝了。
내가 그 사이다를 마셔 버렸어.
(15)는 ‘누가 사이다를 마셨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일 수 있다. 그러나 (16)은 ‘여기 있던 사이다가 어디 갔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16)에서는 사이다를 처리한 행위가 강조되어 있다.
- (17) 我给你车票。
내가 너에게 차표를 줄게. - (18) 我把车票给你。
내가 너에게 차표를 줄게.
(17)은 ‘누가 나에게 차표를 줄 거야?’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일 수 있다. 그러나 (18)은 ‘나에게 차표를 준다더니 왜 안 주지?’ 등과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일 수 있다. 그러므로 (18)에서는 차표를 주는 행위가 강조되어 있다.
- (19) 这小孩儿洗那件衣服洗得很干净。
이 아이가 그 옷을 깨끗하게 빨았습니다. - (20) 这小孩儿把那件衣服洗得很干净。
이 아이가 그 옷을 깨끗하게 빨았습니다.
(19)는 ‘누가 그 옷을 깨끗하게 빨았습니까?’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일 수 있다. 그러나 (20)은 ‘이 아이는 아직 어리니까 옷을 깨끗하게 빨 수는 없었겠지요?’라는 말에 대한 대답일 수 있다. 그러므로 (20)에서는 아이가 옷을 처리한 행위가 강조되어 있다.
- (21) 把花瓶放在这儿, 把书放在那儿。
꽃병은 여기 놓고, 책은 저기에 놓자.
위는 집을 정리하는 사람이 혼자 중얼거리는 말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왜 꽃병과 책이 아무 데나 있는 거야. 잘 처리하자’라는 의식이 나타나 있다.
‘把’자문은 이상과 같이 화자의 의도와 다른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에 그 행위를 강조하기 위하여 사용되거나, 화자의 의도와 다른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그 상황을 강조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그리고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며 자신의 행위를 강조하기 위한 경우, 또는 행위의 처리를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다시 말하면 ‘把’자문은 화자의 불만이나 청자에 대한 이견의 제시 등을 나타내는 경우에 많이 사용된다. 따라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중국인은 윗사람에게 ‘把’자문 형식의 명령문을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형의 구조상 ‘把’자문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의 ‘把’자문에는 화자의 불만이나 이견의 제시 등이 나타나지 않는다.
【출처 :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허성도교수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