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우리말을 보자.
- (1) 여기서 기다려라.
- (2) 여기서 좀 기다려라.
우리말 (1)이 상당히 엄중하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데 비하여 (2)는 이보다 훨씬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2)가 이러한 느낌을 주는 것은 ‘좀’이 있기 때문이다. ‘좀’은 원래 동작 시간이 짧다는 것을 나타내지만, 여기서는 상대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의도를 나타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3) 책을 읽어라.
- (4) 책을 좀 읽어라.
위의 (3)은 엄중하고 강요하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4)는 ‘좀’이라는 말 때문에 훨씬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이 ‘좀’은 실제로 책을 ‘조금만’ 읽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화자는 이렇게 말함으로써 상대가 듣기에 부담 없고 편안하게 느끼기를 바라는 것이다.
- (5) 방법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5)의 ‘한번’은 ‘단 1회’를 의미하지 않으며, 부드러운 권고를 나타낸다. 우리말의 ‘좀’이나 ‘한번’은 이와 같이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중국어에서는 이러한 어감을 나타내기 위하여 동사를 중첩시킨다.
중국어에서 동사가 중첩되면 잠시 지속되는 동작, 혹은 몇 번 정도 반복되는 동작을 표시하는데, 이는 결국 우리말의 ‘좀, 한번’과 같이 부드러운 느낌을 나타낸다. 다음을 비교해 보자.
- (1) 你教我!
저를 가르쳐 주십시오! - (2) 你教教我!
저를 좀 가르쳐 주십시오!
위의 (1)은 동사가 단독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직설적이고 딱딱한 느낌을 주지만 (2)는 동사가 중첩 사용되었기 때문에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다음을 보자.
- (3) 你看!
보아라! - (4) 你看看!
좀 보아라! - (5) 出去玩儿!
나가 놀아라! - (6) 出去玩儿玩儿!
좀 나가 놀아라! - (7) 你听!
들어라! - (8) 你听听!
좀 들어 봐라.
위의 (3, 5, 7)은 직설적이고 딱딱한 느낌을 주지만 (4, 6, 8)은 모두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다음을 보자.
- 这星期天想在家看书。
이번 일요일에는 집에서 책을 보고 싶군요. - 这星期天想在家看看书。
이번 일요일에는 집에서 책이나 좀 보렵니다.
‘看看书’는 ‘책을 좀 본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이는 가벼운 기분이나 심심풀이로 책을 보는 경우 등을 나타낸다. 그러나 ‘看书’와 같이 단독의 동사가 사용되면 엄중하고 심각하게 책을 보는 행위가 된다. 이는 시험에 대비하여 책을 보는 경우 등을 나타낸다.
동사가 중첩되면 그 사이에 ‘一’를 넣을 수도 있다. ‘一’가 들어가도 의미에는 변화가 없다.
- 看(一)看!
좀 보세요! - 听(一)听!
좀 들어요!
단음절 동사가 중첩되면 두 번째 음절은 경성으로 발음한다. 만약 동사가 3성이면 첫 번째 음절은 2성으로, 두 번째 음절은 전반성(前半声)으로 발음한다.
쌍음절 동사가 중첩되어도 부드러운 어감을 나타낸다. 쌍음절 동사가 중첩되면 두 번째 동사의 두 음절은 모두 경성으로 발음한다.
- 咱们准备准备!
우리 준비 좀 합시다! - 我想休息休息。
나는 좀 쉬고 싶군요.
쌍음절 동사가 중첩되면 그 사이에 ‘一’를 넣을 수 없다. 그러므로 다음은 비문이다.
- *我们准备一准备!
- *我想休息一休息。
중첩된 단음절 동사 뒤에 ‘看’이 첨가되면 시도를 나타낸다.
- 吃吃看!
한번 먹어 보아라! - 找找看!
한번 찾아보세요!
단음절 동사가 중첩되고 그 사이에 ‘了’가 오면 동작이 몇 번 정도 가볍게 발생한 것을 나타낸다.
- 他看了看, 还给我了。
그는 몇 번 보더니 나에게 돌려주었다. - 他笑了笑, 没有说话。
그는 가볍게 웃기만 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
진지한 행위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동사의 중첩형을 쓸 수 없다. 다음을 보자.
- 我今天得去医院打针。
나는 오늘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 - *我今天得去医院打打针。
나는 오늘 병원에 가서 주사를 좀 맞아야 한다.
위의 ‘打’는 ‘打打’로 바꿀 수 없다. 왜냐하면 중국인은, 주사를 맞는 것은 진지한 행위이므로 주사를 ‘좀’ 맞거나 ‘가볍게’ 맞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의 경우도 이와 같다.
- 星期一下午上课。
월요일 오후에는 강의를 들으러 간다. - *星期一下午上上课。
월요일 오후에는 강의를 좀 들으러 간다.
위의 ‘上’도 ‘上上’으로 바꿀 수 없다. 왜냐 하면 중국인은, ‘강의’를 ‘좀’ 듣거나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출처 :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허성도교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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