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시성] 양귀비가 사랑을 나누었던 화칭즈(華淸池)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은 11개 왕조의 도읍지로 1천 이상의 영화를 누린 역사를 가지고 있다.
흔히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다"라는 표현에서 등장하는 장안(長安)은 시안의 옛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시안이 당대에 세상의 중심으로 여겨졌을 정도로 번화한 도시였던 것이다.
천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 시안에는 긴 역사만큼이나 곳곳에 깃든 이야기도 많다.
'개원의 치(治)'라는 칭송을 들으며 태평성대를 이룬 당 현종과 그의 애비(愛妃) 양귀비의 사랑이 깃든 온천 '화칭츠(華淸池)'.
화칭츠는 못 지(池)자를 쓰는 것에서 가보지 않고도 연못임을 알 수 있다.
질 좋은 온천수가 나온다고 한다.
헌데 이 곳 온천이 유명하다는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온천수의 수질이 정말 좋은지 어떤지는 모를 수밖에.
현종은 자신의 며느리였던 양귀비에게 빠져 자신의 귀비로 앉혔다.
이후 정치를 멀리하고 양귀비와 사랑하는 일에만 전념한다.
화칭츠에 궁(華淸宮)을 지어주고 겨울철에는 이곳에 머물며 함께 온천수에 목욕하며 사랑을 나눴다고 한다.
화칭궁 유적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당 현종과 양귀비가 함께 목욕을 했다는
못도 아니요, 양귀비의 반라 조각상도 아니다.
바로 유료 목욕탕이다.
이 물로 목욕하면 양귀비처럼 피부가 고와진다며 여성 입장객들을 불러들인다.
물이 좋든 나쁘든 간에
양귀비는 이 물로 목욕을 했고 또 자신의 시아버지였다가 남편이 된 현종과 사랑을 나눴다.
당대 최고의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장문의 시로 묘사했다.
바로 장한가(長恨歌)다.
전체를 다 옮기자니 너무 길어
'천장지구(天長地久)'라는 표현으로 잘 알려진 맨 뒤 몇 행만 적어본다.
--- 前略 ---
臨別殷勤重奇詞(임별은근중기사) 이별할 때가 되어 간곡히 말 전해주길 부탁했는데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양심지) 그 말 중에는 두 사람만이 아는 맹세가 있었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칠석날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깊은 밤 아무도 없이 은밀히 속삭였던 말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서 나면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리라"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하늘과 땅이 영원하다고 해도 다함이 있으나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이 한만은 길이길이 끊일 날이 없으리
이 시에서 연리지(連理枝)는 뿌리가 다른 두 그루의 나무에서 나와 서로 얽혀진 가지를,
비익조(比翼鳥)는 날개가 하나여서 암수가 합쳐야만 날 수 있는 신화 속의 새를 각각 말한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깊디깊은 사랑은 백거이에 의해 그렇게 절묘하게 표현됐다.
화칭츠의 뒤편에는 중국의 오악(五岳) 중 하나로 꼽히는 화산(華山)의 작은 산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자연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이 곳은 1936년 12월에 서안사변(西安事變)이 일어났던 곳으로 유명하다.
만주군벌 장쉐량(張學良)이 국공합작 주선을 위해 장제스(蔣介石)를 납치한 바로 그 곳이다.
당시 장제스는 산 중턱의 막사에 기거하다 장쉐량 부대를 피해 산꼭대기 부근 동굴에 숨어들었지만 결국 붙잡히고 말았다.
(산 중턱에 보이는 시설물이 장제스가 은거했던 곳. 그는 장쉐량의 군대를 피해 케이블카가 올라가는 산꼭대기 부근 동굴에 피신했다가 붙들렸다고 한다) 당대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랑과 근대 격동기의 흔적이 남아 있는 화칭츠.
그래서 화칭츠는 당 현종과 양귀비의 슬픈 사랑을 느끼려는 사람에게나 격동의 중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나 가볼만한 곳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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