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코람 하이웨이 : 카라코람 하이웨이(KKH)는 중국 신장 웨이우얼(新疆維吾爾) 자치구와 카쉬미르 지방을 연결하는 고개로 예로부터 중국과 파키스탄의 이어주던 중요한 교역로라고 한다.
칭기스칸이 몽골을 세우고 그의 아들 오고타이칸은 넓어지는 대제국을 경영할 수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고, 오르콘강이 흐르는 하르호른(또는 카라코람)을 수도로 삼았다.
만주에서 카스피해까지 열린 초원길의 중심엔 바로 제국의 수도 하르호른이 있었고 이 길은 20만 마리의 말들이 배치된 역참에 의해 원할하게 운영하게 된다.
수많은 동서양의 대상들과 식민지의 사신들 각 종파의 선교사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하르호른으로 몰려들게 되는데 바로 좁은 이 도로를 따라 교통이 이루어졌다.
이른바 팍스몽골리카 시대가 열린 것이다.이 도로는 제국의 수도 하르호른으로 통하는 관문이었다는 의미에서 오늘날에도 '카라코람'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실크로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이 도로는 위그르-돌궐에 의해 처음 개척되고 몽골에 의해 계승된 뒤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원래 이곳은 사람과 말이 겨우 지나 다닐 수 있는 가파르고 좁은 길이었다.
이곳은 1966년 중국과 파키스탄이 교역로로 활용하고자 고속도로(?)로 건설되기 시작했고 1982년에 비로소 완공되었다.
하지만 험난한 지형과 열악한 장비로 인해 공사도중 사망자 수만 해도 파키스탄 측 800여명, 중국측 80여명에 이르는 대단한 난공사였다고 한다. 지금도 겨울철에는 이동이 불가능해서 5월에서 11월까지(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지만)만 도로가 열리는 것을 보면 이곳이 얼마나 험난한 지형인가를 새삼 알게 된다.
이 길은 카라코람 산악지역을 넘어가야 하는데 해발 4,394미터의 쿤자랍 고개(Khunjerab Pass)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경선으로 알려져있다.
중국 신장성 카쉬카르에서 시작하여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Abbottabad)에 이르는 길이 1,200km에 이르는 이 길은 해발 3,600미터에 위치해 있는 카라쿨 호수와 곤륜산맥의 콩구르봉(7,719m), 무즈타크봉(7,546m)이 위치해 있으며 파키스탄으로 넘어가서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로 잘 알려진 훈자마을, 인디애나 존스의 촬영지로 알려진 파수 및 굴밋 등도 유명하다.
한편 카라코람 산맥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봉(8,611m)와 세계에서 아홉번째로 높은 낭가파르밧(8,125m) 등 8천 미터 이상의 준봉만도 5개가 되며 이들 산에 접근하기 위한 유일한 경로이기도 하다.
한편 카라코람 고개길은 고대 한국인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신라의 혜초스님도 인도의 북서부에서 아랍인들이 통치하는 대하(大夏)의 북부를 통해 카라코람 고개를 넘어
타쉬쿠르간-카쉬카르을 통과하고 쿠차-옌지-고창을 거쳐 시안-신라로 돌아왔다.그는 인도의 중부에서부터 옌지에까지는 이르는 여정을 '왕오천축국전'이라는 여행문을 기록으로 남겼는데 이 책은 당시의 불교상황, 나라별 통치관계, 당시의 풍속 등을 기록한 소중한 자료로서 1908년 돈황에서 프랑스의 동양학자 펠리오에게 우연히 발견된다.
당나라 때 동서의 물꼬를 튼 장수로 잘 알려진 고선지 장군은 고구려 유민 출신이다.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747년 악수, 카쉬카르, 타쉬쿠르간을 거쳐 파미르 고원(카라코람 고개)을 넘어 토번(현재의 티벳)의 군사기지인 연운보蓮雲堡(치트랄)를 격파하고 다시 험준한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소발율국小勃律國을 정복한 뒤 사라센과의 유일한 통로였던 교량을 파괴하고 돌아온 후부터였다.
이때 그가 이끌고 갔던 부대의 규모는 단 1만명.그의 전략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는데 120여일만에 파미르고원과 힌두쿠시 준령을 넘어 사라센과 교통하던 소발율국의 수도를 강타하니 인근 72개국이 단번에 항복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중앙아시아에서의 힘의 헤게모니(우위)는 당나라로 넘어오게 된다.
(물론 이후 탈라스 전투의 패전으로 인해 당나라는 안사의 난 등을 겪으며 패국의 길로 접어들고, 당의 제지술이 사라센(당시 압바스 왕조)과 서양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된다.) - 고선지가 파미르고원을 넘기 꼭 20년 전인 727년에 이곳 파미르 고원을 넘었던 혜초스님은 왕오천축국전에서 이곳을 넘어야 하는 그의 참담한 심경을 고백한 바 있다. "가파르고 높은 산에 나는 새도 놀라고 사람은 외나무 다리에 의지해야 하는데 어떻게 파미르고원을 넘어갈 것인가" - 1906년 영국인 탐험가이자 고고학자인 스타인경은 고선지 장군의 원정루트를 따라 수차례 파미르고원을 넘어 탐사를 한다.
바로 고선지의 위대한 역사를 세계에 알린 사람이다.탐사 후 남긴 방대한 저서 곳곳에 박사는 고선지 장군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언제나 내 여행 리스트의 상위 목록에 링크되어 있었다.사진으로 처음 접한 카라코람의 신비로운 황량한 풍경이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서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나는 이렇듯 여행지를 결정할 때 다른 사람의 사진에 의해 많이 좌지우지된다.
비록 내가 갔을 때의 상황과 사진 속의 상황이 다르다고 할 지라도 사진은 떠남을 부추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 듯 하다.
사진가의 시선에 의해 재해석되고 때로는 확대되거나 왜곡되어 나온 결과물이 사진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끌림은 어쩔 수 없다.이국적인 풍경이나 풍광도 물론 충동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가지 못해 안달나게 만드는 사진은 무엇보다 인물사진이다.황량하고 척박한 땅에서 삶의 뿌리를 내딛고 살아가는 그곳의 사람들...그 슬픈 눈빛에서 때론 환한 웃음에서, 때론 자연의 일부라도 된 듯 동화되어 가는 그들의 몸짓에서 미칠 듯한 그리움을 훔쳐보게 된다.
제대로 담은 포트레이트에선 그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오랫동안 바라보는 버릇도 그래서 생겨났다.이렇게 되면 슬슬 오기가 생긴다.
이 세상에 못 갈 곳은 없다는 게 여행에 대한 기본적인 지론이다.
물론 돈이 없거나 시간이 없는 경우나 특별히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에 의해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곳이나아주 남극, 북극, 또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산꼭대기 등은 예외로 치더라도, 세상엔 특별히 못 갈 곳은 어디일까.교통편이 불편해서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하겠고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 이동하고 생활하기엔 조금 불편할 테고,현지언어는 인삿말을 제외하곤 거의 모르는 편인데다 영어마저 능숙하지 않아 현지인들과의 깊이있는 대화는 불가능하겠지만 그저 바라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 여행은 어딜 가더라도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와 여유로운 메모리,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약간의 도구만 있다면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들뜨게 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지난 여행에서 체험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래서 카라코람으로 여행을 떠났다.더 정확하게는 중국측 카라코람으로의 여행을 떠났다.
사실, 쿤자랍패쓰를 타고 파키스탄으로 넘어가서 라호르를 거쳐 다시 인도의 라자스탄 지방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파키스탄 비자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일정의 뒷부분을 약간 조정해서 티벳의 암도지방의 일부지역으로 돌리긴 했지만 어쨋든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카라코람을 이용하는 외국인이라면 파키스탄의 소스트에서 파키스탄 입국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낯선 길을 달리는 내내 꽤 많은 사진을 찍었고 꽤 많은 상념에 젖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너무 많은 사진을 찍은 탓에 정리하기조차 벅찰 지경이었고 제대로 담은 몇 장을 가려내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다.
머리는 수많은 생각으로 실타래처럼 꼬여서 언어로 표현하는데도 한계가 부딪히고 만다.이곳은 수만가지 언어가 무의미해지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그저 몇 장의 사진 속에 함축된 표현만으로도 생각을 전달하기엔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아무튼 그렇게 '하늘길'을 달렸고 드문드문 나타나는 유르트에서 키르키즈인들과 타지크인들을 만나서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풀 한 포기조차 제대로 없는 산들과 곤륜산맥의 끝자락에 우뚝 선 설산들의 위용은 그래서 더욱 빛났다.
하늘색은 에메랄드 빛보다 더 푸르렀으며 거침없이 쏟아지는 햇살 속에 그대로 노출된 타지크 여인들의 피부는 붉다 못해 검기까지 했다.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모든 것이 멈춘 듯이 정지된 그곳에서도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그 모습 때문이 아닐까.
[바양블라크 호수]
[화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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